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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 SohHee Park
    SohHee Park
  • 6월 3일
  • 1분 분량

만약 내 인생이 책 한 권이라면, 지금 나는 몇 번째 장을 넘기고 있을까.

그리고 나의 나이가 계절이라면, 지금은 어디쯤 어떤 날씨일까.


어릴 적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인생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뉜다고.

그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여름의 입구에 서 있다.


봄의 끝자락에서는 꽃들이 부풀어 오르듯 피어났고,

포근한 바람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꽃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리는 시기다.

진다기보다 스스로를 벗는 시간.


햇볕은 강하고, 비는 무겁다.

그 사이를 지나며 깊이, 더 아래로 뿌리를 내린다.

버티는 일이 자라나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래야 가을이 왔을 때,나의 안쪽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테니까.


책의 페이지는 계속 넘어간다.

어느 장에는 울음이, 어느 장에는 침묵이 있다.

모든 챕터엔 시작과 끝이 있다.

나는 지금 어느 쪽에 가까워지고 있을까.

무엇을 닫아야 하고, 무엇을 열어야 하는가. 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품어야 하는가.


책이 절정을 향해 갈수록 문장 하나, 단어 하나가 더 무거워진다.

본문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서론과 결말이다.

그 둘은 말없이 서로를 지탱한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멈춰 선 듯페이지를 넘긴다.

쌓여 가는 페이지들. 그 무게를 등에 지고 계절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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